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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헌 기자
  • 기사등록 2022-05-14 09:25:46
  • 수정 2022-05-15 08: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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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시인 류수인의 모교에 세워진 개교 100주년 기념시비


부산-습관적인 행동의 근간(根幹)에는 태초부터 인간의 삶에 녹아든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내재되어 있다. 이처럼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 하나 하나에도 먼저 세상을 떠난 선배들의 인생 체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부산을 대표하는 원로 서정시인 류수인이 이러한 인생 속에 향기나는 만획(萬劃)의 인연을 '세상은 꽃이 있어 아름다운 것 아니다'라는 시를 필두(筆頭)로 85편에 달하는 수작과 함께 단아한 책을 선보였다. 지난 2016년 시집 '그리움도 재산이다'를 상재(上梓)한지 딱 6년만에 집대성한 시집이다. '세상은 꽃이 있어 아름다운 것 아니다'라는 시집의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어린시절 고향을 떠나 물설고 낯설은 타향의 삶에서 산전수전(山戰水戰)을 겪어내고 초아(超兒)의 경지에 오른 류수인 시인이 바라본  세상이 그대로 녹아, 배인 글이다.서정시인 류수인의 출판 기념회 中


인간은 어쩌면 살아가는 동안 본인의 희망 여부와 상관없이 불완전한 세상살이로 인해 하루에도 셀 수 없이 크고 작은 도전과 좌절을 반복하며 살아가게 되는데 이때 소소하게 느끼는 삶의 고통이나 과정 하나 하나에도 정(情)을 느끼고 그 자체를 아름다움으로 승화해내며 찰나(刹那)에 삶의 진정한 목적을 찾아내는 지혜를 발효(醱酵)시킨 삶의 나침반 같은 시(詩)로 좌우명 처럼 느껴지는 시집(詩集)이다. 평소에 알고 지내는 류수인 시인은  동(東)과 서(西), 영남과 호남을 아우르며 인간미 넘치는 그야말로 서정적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번 시집(詩集)에서는 자신의 삶을 사물과 비유(比喩)를 통해 그대로 노출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세상의 이치를 시(詩)를 통해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문학기행 中 서정시인 류수인 


필자(筆者)는 '세상은 꽃이있어 아름다운 것 아니다.'라는 시집(詩集)을 읽으면서 어쩌면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나중을 살아가는 후배에게 반복되는 실수를  하지말라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의 의지가 담겨있음을 깨달았다. 원죄(原罪)를 안고 태어난 인간들은 누구나 성공을 원하고 일등만을 추구한다. 류수인 시인은 이러한 속물들에게 경종을 울리며 만물 탄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깊은 여운을 안기는 시를 우리 앞에 내놓았다. 서평(書評)을 적은 나태주 시인의 글처럼 본인 또한 글이란 인생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고 글을 기록한 자의 경험을 절대 넘어 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서양의 속담에는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에 탄 것과 같다."라는 속담이 존재한다.  류수인 시인의 펜끝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막역한 시심(詩心)의 감동으로 여운이 채 달아나기도 전에 새벽을 맞이 한다.‘세상은 꽃이 있어 아름다운 것 아니다’ 등 85편을 선보인 류수인 시인 서정시 제 9집 표지


발제시(發題詩) 세상은 꽃이 있어 아름다운 것 아니다. 


앞에 간 이들이 돌아오는 것을

우리가 보지 못한 것 처럼 

우리가 돌아오는 것을 

뒤에 오는 이들이 보지 못할 

어제와 오늘의 징검다리

오늘도 무사히 건넜구나


백리 길 천리 길 멀다 않고 날아가

헤매인 만큼의 노력으로 얻은 한 방울 꿀 

가슴에 품고 

제 둥지 찾아 돌아오는 꿀벌들 삶 같은 

우리네 삶


사람아 

나의 사람아

아프지 말자 아프게 하지 말자

세상은 꽃이 있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있어 아름다운 것이다


오륙도 시낭송회 회장으로 활동중인 서정시인 류수인  


류수인 시인은 지난 1996년 월간 ‘한국시’로 등단해 한국문인협회 서정문학 연구위원과 오륙도시낭송문학회 회장, 부산불교문인협회 자문위원, 가산문학회 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그동안 월간한국시문학 대상, 2001 노산문학상, 2006 부산여성문학상본상, 2017 실상문학상 본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2년에는 모교 100주년 기념 시비를 동문들이 건립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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