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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장헌 기자
  • 기사등록 2018-09-20 13:09:36
  • 수정 2018-10-13 13: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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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 하늘을 벗 삼아 역사의 향기 따라 찾아간 곳은 달성군 하빈면 묘동과 가까이 위치한 삼가헌(三可軒)과 하엽정(荷葉亭)이다수려한 고택(古)과 정자(亭子)가 유유히 자리한 이곳에는 오래전부터 유래되는 역사가 살아 숨을 쉬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조선시대 단종의 왕위를 찬탈(簒奪)한 수양대군에 맞서 절의(節義)를 굽히지 않고 저항하다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게 된 사육신 중의 한 사람인 박팽년(1417 ~ 1456, :취금헌醉琴軒,시호:충정忠正) 후손이 줄곧 지키면서 살아온 곳으로 가깝게는 박팽년의 본관인 순천 박씨의 집성촌도 함께 한다.

삼가헌(三可軒)은 박씨 집성촌과 낮은 산을 경계로 하고 있으며 박팽년의 11대 손인 박성수(朴聖洙)가 1769년에 이곳에 초가를 짓고 본인의 호를 따라 삼가헌(三可軒)이라 한 것에서 부터 시작되고 그 뒤 그의 아들 광석(光錫)이 1783년 이웃 묘골에서 현재 위치로 분가한 다음 1826년 초가를 헐고 안채와 사랑채를 지었으며 삼가헌(三可軒)의 편액은 창암 이상만의 글로 전해져 온다.

별당인 하엽정(荷葉亭)은 연꽃잎의 정자라는 뜻으로 1826년 집을 지을 당시 많은 흙을 파낸 자리에 박광석의 손자 규현이 1874년에 연못으로 꾸며 연을 심고 파산서당(巴山書堂)을 앞으로 옮겨지으면서 하엽정(荷葉亭)이라 당호를 붙였다고 전해온다.

이는 마치 속세를 상징하는 흙탕물에서 피어오른 연꽃과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에서 더욱 붉게 핀 배롱나무 꽃(백일홍)이 당대권력의 화신인 수양대군에게 굴하지 않은 사육신(死六臣)으로 후대에 충신으로 길이 빛나는 취금헌(醉琴軒) 박팽년의 절개와 지조를 흠모하듯이 피어올랐다.

삼가헌(三可軒)이라는 이름은 중용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중용 제 9장에는 '子曰 天下國家可均也爵祿可辭也白刃可蹈也中庸不可能也(자왈 천하국가가균야작록가사야백도가답야중요불가능야)'라는 문구가 있다이 글은 "천하와 국가는 다스릴 수 있고관직과 녹봉도 사양할 수 있고날카로운 칼날 위를 밟을 수도 있지만 중용은 불가능하다."라는 뜻으로 이는 천하를 다스림은 이고작록을 거부하는 것은 인()이며칼날을 밟을 수 있는 것은 용()에 해당된다고 하니 선비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모두 갖추었다는 뜻으로 해석되며 하엽정(荷葉亭앞의 연당은 본채를 지을 당시 많은 흙이 필요하여 파낸 자리에 연을 심어서 연못으로 가꾸어 하엽정(荷葉亭)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하엽정(荷葉亭)은 원래 4칸 규모의 1자형 건물이었는데 앞에 누마루 한 칸을 늘여 붙였다고 전한다연못은 앞쪽으로 길게 뻗은 직사각형이고 가운데 원형의 섬이 있었으며 섬까지는 외나무다리가 있었다고 한다이 별당은 원래 서당으로 쓰던 곳으로 앞에는 하엽정(荷葉亭)이라는 당호와 함께 파산서당(巴山書堂)이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누마루에 걸터앉아 있으면 연잎의 향이 그윽하게 바람에 실려 오고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연잎에 빗물이 떨어질 때 들려오는 후드득하는 소리가 가슴을 울려 저절로 시한수가 읊어질 듯하다.

원래 안채는 전면 6칸 3평주 삼량집으로 2009년 4월 화재로 소실되어 다시 지었다고 하는데 전체적으로 조선 중기에 건축된 지방 양반가의 특징을 잘 살린 대표적인 주택이다종전의 문화재 명칭은 묘동박엽씨가옥(竗洞朴熀氏家屋)이었으나 사육신 박팽년의 12대 후손인 박광석이 이웃한 묘골에서 현재의 위치로 분가해오면서 가옥을 건립하고 부친의 호를 따라 삼가헌(三可軒)이라 명()하였음을 감안하여 2007년 1월 29일 달성 삼가헌(三可軒)으로 명칭을 변경하였으며 취금헌 박팽년의 19대 손인 박도덕 선생께서 고택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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